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는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미국에서 귀국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경남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달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2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한 데 이은 행보다. 이 전 대표가 ‘외곽 정치’로 공개 행보를 보이면서도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은 미뤄두자, 당내에선 두 사람의 ‘거리두기’가 장기화될까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놓인 방명록에 “대통령님. 대한민국이 원칙과 상식의 세상으로 다시 서도록 못난 후대들을 깨우쳐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참배 뒤 메시지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수막에 ‘사람사는 세상’ 앞에 ‘원칙과 상식’이 (적혀) 있어서 그게 새삼스럽게 보였다”고 답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계획에 대해선 “일정을 조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말하는 그런 ‘줄다리기’가 있지는 않다. (원로들에게) 더 인사드리고 난 다음에 뵙는 걸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5·18민주묘역 참배 당시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말하며 이재명 대표를 공개 저격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2시간 가량 예방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하진 않았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배석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나라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당부한 얘기가 있었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있었지만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의 권유로 막걸리를 마시며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후 남김 방명록. 연합뉴스
당내에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으로 윤석열 정부와 야당이 총력전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각 계파의 수장인 두 사람이 서둘러 만나 ‘통합’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 당의 지도자인 두 분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고문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 꼴인데 지금 한가하게 왜 돌아다니나. 국민과 민주당 당원들은 양 이씨(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대표)가 빨리 손잡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대여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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