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두달여를 앞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지난 30일 재가한 것을 두고 야당은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 면직 처분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두고 법률 검토에 들어간 한편, 본회의에 회부돼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개정안 등) 처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전 위원장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서 부당하고 위법적인, 위헌적인 면직 조치를 강행했다”며 “민생경제가 파탄 나고 외교·안보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때에, 정부는 국가역량을 방송 장악에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 전 위원장 면직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처리에 나설 전망이다.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나쳐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는데, 이를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들 개정안은 현재 <한국방송>(KBS) 11명, <문화방송>(MBC)과 <교육방송>(EBS) 각 9명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모두 21명으로 늘리고, 국회의 이사 추천 영향력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는 공영방송 이사를 6 대 3(문화방송, 교육방송) 또는 7 대 4(한국방송) 비율로 추천했지만, 개정안은 국회 추천 몫을 5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16명의 이사를 방송·미디어 학회(6명), 직능단체(6명), 각 공영방송사 시청자위원회(4명) 등이 추천하도록 했다.
야당은 한 전 위원장 면직의 위법성도 검토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이날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면직, 권한 행사 등 정부의 직권 남용에 대해 법률적으로 철저히 검토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변호사들과 상의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처분으로 공석이 된 방통위원장 자리는 당분간 김효재 상임위원이 직무대행을 맡아 수행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출신인 김 직무대행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과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지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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