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등에 관해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아침 7시35분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위령비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도 함께했다. 한·일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총리가 한국인 위령비에 참배하는 것은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이후 24년 만이라고 한다.
현장에선 히로시마와 그 부근에 사는 박남주(91)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한인 피해자 10명이 두 정상 부부의 위령비 공동 참배를 지켜봤다. 그러나 경남 합천에서 일본에 온 한국인 원폭·피폭 피해자 1세 등은 참석자 조정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공동 참배에 관해 “두 정상이 한-일 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핵 위협에 두 정상과 두 나라가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부각했다. 이 대변인은 “그동안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 위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방일 첫날인 지난 19일 히로시아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늦게 여러분을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며 “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한·일이 공동으로 원폭 피해자나 유족에게 적극적인 배상 조처를 한다면 참배의 진정성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배 뒤 두 정상은 근처 평화기념공원 안 국제회의장에서 35분 동안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 7일 서울 회담에 이어 2주 만이다.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까지 포함하면 두달 사이 세번째다.
두 정상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과 경제 분야 협력에 뜻을 모았다. 이도운 대변인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지역정세하에서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산업, 과학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나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기회가 닿는 대로 앞으로도 정상 간 셔틀외교를 지속해나가자”고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견제 메시지도 내놨다. 두 정상은 “법에 의한 지배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강조하고, 자유를 중시하는 많은 나라들이 서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상호 연대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특히 이번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글로벌 어젠다에 관한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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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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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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