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 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며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최대 성과로 꼽았다. 미국·일본에 ‘올인’하는 외교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가 높지만 윤 대통령은 ‘아전인수’하며 자찬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발언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돼, 사실상 취임 1년 소회를 풀어내는 ‘대국민 담화’처럼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및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3월16일 저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기까지 12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양국 정상이 오가는 데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점을 환기하면서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19~21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이 히로시마에 위치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하기로 한 점도 언급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 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다음주에 있을 G7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며 “지난달 국빈 방미 계기에 이끌어낸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의 연대를 구축하고, 글로벌 안보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위산업 수출 △사우디 아라비아와 9조3000억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아랍에미리트에서 3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등을 성과로 나열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