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피해 매물의 경매 중지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전세사기 집의 경매 일정을 중지하거나 유예하는 등의 대책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한테 보고받은 뒤 이를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민사 절차상 피해 구제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구제 방법이나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 시스템을 잘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깡통 주택’이 대다수라,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하고 나면 푼돈만 받게 돼 생활고에 시달릴 위험이 컸다. 또한 이른바 ‘경매꾼’들이 몰려들면 본인이 낙찰받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전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최근 두달 사이 인천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목숨을 끊었다. 윤 대통령은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는 청년 미래세대”라며 “(정부 출범 이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 피해 지원센터 설치, 저리 자금과 긴급거처 지원을 신설했는데, 이런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전세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며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참여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보증금 갭투기 방지 등을 위한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강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정부 대책은 세입자가 빚을 더 져서 해결하라는 말뿐이었다”며 “경매·공매 진행을 즉시 유예하고, 실질적이고 개별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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