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12일 처음 열린 연석회의에서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의원들은 최근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설화를 지적하며 “엄격한 조처”를 촉구하는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국회부의장인 5선 정우택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초 전당대회가 끝난 뒤 한달 동안 당 지지율이 약 10%포인트 하락한 점을 언급하며 “당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집권 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언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은 힘들어한다. 이런 것(실언)에 대해 엄격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지도부 출범 한달 만에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이 잇따라 과거사 부정과 극우 논란 발언,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 등으로 설화를 자초한 것에 당 지도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대표 선출 직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끈 5선의 정진석 의원도 “지도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읍참마속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주저하면 안 된다. 단칼에 해치워야 한다”며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 4·3을 두고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에 부담을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지도부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선인 홍문표 의원은 “당론으로 전 목사 문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태극기 부대’를 이끌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부터 당과 ‘연계설’이 끊이지 않는 극우 성향의 전 목사와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은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도부가 미리 내년 총선 공천 원칙을 세우고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주호영 의원은 “공천 원칙을 빨리 확정하고 승복할 수 있는 제도를 관철해야 한다”며 “지난 20대와 21대 총선은 공천 과정에서 나온 잡음 때문에 선거를 진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원칙을 빨리 정해서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한 중진 의원은 당이 민생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각 부처를 총동원해 국민의 애로사항에 해결책을 던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잇따른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 조처를 요구하는 등의 발언은 별도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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