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20여일 만에 당내 비주류인 이준석계가 제기한 쇄신 요구에 직면했다. 탕평 인사 실패와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 등이 영향을 미쳤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30일 김 최고위원에 대한 당내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김 최고위원의) 발언 취지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은 게 분명히 있었던 점에 대해 저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그런 언행이 반복 안 되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본인이 자숙하면서 여기에 대한 명확한 어떤 의견을 밝히실 거라고 믿고, 한 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의 한 보수단체가 주최한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은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말하고, 지난 12일에는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당직 인사에서도 공약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과는 달리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을 지명하는 등 친윤계와 영남권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정책 분야에서도 30살 이하 남성이 결혼해 자녀를 3명 이상 낳으면 병역을 면제는 방안 등이 조율없이 나오는 등 혼선이 있었다.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3월 첫째주 39%로 정점을 찍은 뒤 38%(3월 둘째주)→34%(3월 셋째, 넷째 주)로 떨어졌다.
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선발한 1기 대변인 출신인 신인규 전 대변인 등이 만든 단체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는 성명을 내어 “아무런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감을 주고 있다”며 “이탈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반성과 성찰을 결단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걸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뒷심을 당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당이 자주성이 없으니 지지율이 같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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