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응 방안을 두고 당정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27일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 주례 회동에서 양곡관리법 대응 방안을 보고받고 당정 간의 긴밀한 소통을 주문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우리 국정 파트너이기 때문에 여당과 긴밀히 협의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응 방안에 의견을) 반영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농민분들뿐만 아니라 농민단체의 여러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한 총리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부작용 등에 대해 직접 의견을 냈는지’를 묻는 말에는 “한 총리가 이미 그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의요구권 행사 시점은 이르면 다음달 4일 국무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윤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각을 향해서도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며 “당정 협의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새로 임명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실 정책실장 격인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의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 수석이 정책위의장과 핫라인을 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 혼선으로 비칠 빈틈을 만들지 않는 것도 정책 역량”이라며 “국민과 당, 그리고 정부가 정책의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실시간 당정 조율을 주도해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서 거듭 ‘당정 협의’를 부각한 것은 당정일체를 통해 국정 동력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주 69시간’(주 6일 근무 기준)을 뼈대로 하는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논란, 3명 이상 자녀를 둔 20대 남성의 병역 면제하는 여당의 저출생 대책 검토 등 혼란상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내부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박대출 정책위의장에 이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초선 박수영 의원을 임명하면서 ‘친윤 지도부’ 체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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