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일본 야당의 발언에 “그런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지난 16~17일 방일 중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일을 거론하며 “일본은 여야 관계 없이 나라를 위해서 다 한다더라”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입헌민주당 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17일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곧 방한해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얘기를 전하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일본 쪽에 선물을 내어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일본 야당의 반응을, 한국 야권의 움직임과 동등하게 비교하면서 못마땅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 전체 23분 중 20분을 할애해 한-일 정상회담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 전 정부와 국내 비판론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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