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개편방안)을 두고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21일 밝혔다. ‘주69시간’ 정부안에 청년 지지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야당은 노동시간 개편방안을 둘러싼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메시지 혼선을 지적하며 개편안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며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의 개편방안 입법 예고 뒤 엠제트(MZ)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과로사’에 초점을 맞춘 외신 보도도 이어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이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벌인 조사에서 18~29살 응답자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24%)보다 11%포인트 떨어진 13%였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주 60시간 문장은 원고에 없었는데,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시작 직전까지 직접 다듬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약자 보호를 위해 법으로 (노동시간) 캡을 씌워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도 “여론수렴 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대로 (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이후에는 입법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생중계됐다.
노동시간 개편방안은 정부가 ‘노동개혁’의 첫 단추로 꼽은 과제이지만, 혼란스러운 메시지와 오락가락 행보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주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안을 발표했다. 이에 엠제트(MZ)노조 등이 반대하고 나서자, 대통령실은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개편방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보였다.
대통령실에서도 혼선을 초래하는 발언이 나왔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적절한 캡(상한)을 씌우지 않은 것에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나흘 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의견 수렴을 하면 주 60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갈지자 행보’를 비판하며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단장 서영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국민과의 충분한 소통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막 던졌다가 문제가 생기면 거둬들이고, 아니다 싶으면 번복하는 정부의 졸속 행정이 과연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위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책이 맞느냐”며 “노동시간 개편안을 전면 폐기하는 것은 물론, 정책 혼선에 대해 사과하고 그 책임 역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주 4.5일제 도입 △포괄임금제 개선 △휴가 사용 보장 강화 등을 약속하며 이날부터 에스엔에스(SNS)와 거리 펼침막 등을 통한 전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배지현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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