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일 정상회담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무회의 앞부분을 생중계하며 7300자 분량의 윤 대통령 발언을 공개했다. 한-일 정상회담 뒤 싸늘한 여론을 돌려 세우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머리발언을 통해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성과와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20여분이나 할애했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분량이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가 한일 관계를 방치했다고 탓했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뒤 ‘화해치유재단’ 설립과 해체, 2018년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 취임 뒤 존재 자체마저 불투명해져버린 한-일 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보고, 양국의 안보와 경제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며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시대의 한-일 관계 역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는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 제3자 변제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한-일 관계 낙관론을 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며 “저는 선제적으로,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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