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지사 재임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인 전아무개씨가 지난 9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격앙했다. 여당은 “무서운 비극을 끝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며 거취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10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만난 공직자 중에 가장 청렴하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했던 한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검찰이 ‘이분을 수사한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데, 반복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검찰의 압박 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씨는 전날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성남에프시(FC) 불법 후원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것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며 “주변의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겠냐. 그야말로 광기”라고 격분했다. 그는 발언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다만 ‘이 대표 정치 그만 내려놓으시라’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전씨 유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검찰의 강압 수사가 또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검찰은 수사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인간 사냥을 하는 것입니까?”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턱걸이 부결’ 사태에 이어 이번 일로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거듭 부각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체포동의안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도 화합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했는데, 이런 일이 자꾸 생기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 대표 사퇴론이 커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벌써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연관된 사람 5명이 사망했다”, “죽음의 행렬”, “간접 살인” 등 이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에게 “민주당 대표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지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는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죽어도 단 한번도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진 적이 없다”며 “무서운 비극을 끝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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