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밖으로 나가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를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친이재명계는 비이재명계를 향해 “배신 행위”라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고, 비명계는 “거북살스럽다”며 불편함을 표시했다. 당내에서는 갈등 국면이 길어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신과 불안을 잠재우면서 당이 더 단단히 하나로 되는 것보다 더 급선무는 있을 수 없다”며 “단결과 단합을 저해하는 언행들은 서로가 자제해야 한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9일 4선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를 마련하는 등 당내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의원들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의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일부 지도부도 격앙돼 있긴 하지만 자중하자는 분위기가 다수인 만큼 점차 잦아들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다양한 의원 그룹들을 만나는 작업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도 친명-비명계의 날 선 상호 비판은 이어졌다. 친명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배신자들은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 배신한 것들에 대해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은 당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명계의 움직임이 “조직적이었다”며 “선출직(의원)들이 자기를 뽑아준 사람을 배신한 행위”라고 말했다. 당 사무부총장인 김남국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같이 싸워내야 할 동지를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3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비명계 의원을 비하한 표현) 깨기’ 행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비명계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조응천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명 쪽이라고 하는 일부 의원들이 ‘(비명계 의원들이) 공천권 보장을 거래하려다가 안 되니까 반란을 일으켰다, 비열한 트릭을 썼다’는 아주 듣기 거북살스러운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도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치 시대에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지 않았느냐”며 “민주주의 가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에서는 이런 정치 문화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갈수록 심해질 검은 먹구름”이라고 비유하며 “(이 대표가) 일단 (대표직에서) 물러섰다가 다시 복귀하는 게 어떠냐부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시는 분들이 상당수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소통 강화와 이슈 제시를 통해 내홍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상호 비방전은) 당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정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지도부가 총선 기획이나 민생 이슈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그저 ‘찍소리 하지 말라’고만 하면 (다음에 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면) 100% 가결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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