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양곡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3월 첫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단상 앞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7일 쌀 초과생산분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 이어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계속되면서 3월 임시국회에서의 여야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오늘 제출된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해 표결을 미루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은 책임 있는 원내 다수당으로서 법안의 합의 처리 노력을 마지막까지 기울여주고, 국민의힘도 협상에 적극 임해서 합의안을 도출해달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수정안 제출을 준비하며 본회의 강행 처리 의사를 밝혔지만, 김 의장이 상정을 거부하며 제동이 걸렸다. 다만, 김 의장은 “3월 임시국회 첫번째 본회의 때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주당 수정안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의회주의와 입법권 보호를 위해 의장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했다.
반면, 민주당은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뒤 “김진표 의장께서 국회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신 것에 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거부권 행사를 못 하도록 최종 시한을 주신다고 하니 그것에 따라 저희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이 처리하려 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량 또는 예상생산량보다 3~5% 이상 더 생산되거나 가격이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의 의무수매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발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고려해 의무수매 요건을 완화시킨 수정안이었다.
민주당은 또 이날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및 대장동 각종 의혹)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국민의힘 유력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대대적인 공세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 이상 진실을 덮게 놔둘 수는 없다”며 ‘쌍특검’ 당론 추진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에 유보적인 태도인 정의당을 설득해 ‘3월 특검법 발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 머리발언에서 “그동안 검찰에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했던 정의당의 인내심이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회가 직접 나서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요구로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될 임시국회를 ‘방탄 국회’로 규정하고 이재명 대표 비판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소수 여당으로서 민주당의 각종 법안 강행 처리를 방어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여론전과 함께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 뻔하기에 헌법이 보장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의원은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명분이 없다는 점을 알리는 여론전을 계속해서 실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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