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일 오전 대구 서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친윤석열계 유일 주자’였던 김기현 의원은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비윤 가지치기’ 이후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친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김 의원은 안 의원과 양강 구도 형성 뒤 열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6~27일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을 대상으로 양자대결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9%포인트), 안 의원은 60.5%로 김 의원(37.1%)을 크게 앞섰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8~30일 국민의힘 지지층 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7%포인트)에서도 안 의원 지지율은 47.5%, 김 의원은 4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김기현 캠프 관계자는 1일 <한겨레>에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며 “
윤석열 대통령과 일체화된 후보가 왜 총선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지 계속해서 설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상승세와 김 의원의 부진은 ‘집단 린치’라고 표현될 정도로 친윤계와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 등을 무리하게 꿇어앉히며 가지치기에 나선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횡포에 대한 반발로 당원들 사이에서 반윤핵관 정서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며 “
이런 반발심리와 ‘안 의원은 아직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구심 사이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의 여론을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대구·경북 지역”이라며 “한 2주 전부터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상징후가 많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쏘아붙이며 ‘나경원 몰아내기’ 선봉에 섰던 ‘장제원 책임론’도 일고 있다. 친윤계 전횡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하면서 장 의원과 손을 잡았던 김 의원의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이날 친윤계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주최 연금개혁 공부 모임에 참석한 의원 수도 첫 출범 때의 절반 수준인 37명에 그쳤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이기는 캠프 출정식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의원은 이날 윤심의 향방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안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그 내용이 과연 맞는 내용인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라든지 많은 게 사실과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연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안 의원이 자꾸 ‘윤심 팔이’를 하시는 것 같은데, 당당하게 안철수의 상품으로 승부하도록 하라”고 응수했다. 또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유의해야 할 지표라고 생각하고 당원들의 마음을 더 얻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당원협의회를 순회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자신과 윤 대통령의 관계를 ‘손흥민과 해리 케인’에 비유하며 “정말 환상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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