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통령실이 19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에 대해 “다소 이란 쪽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 후폭풍이 거센 것과 관련 “아크 부대 장병들에게 아랍에미리트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셨고, (해당) 발언은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주한이란대사를 통해 나온 여러 가지 입장문 등을 보니까 동결 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해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고, 오해였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쪽에서도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서 설명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을 통해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두 나라 사이 ‘대사 맞초치’ 이후 다른 조처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볼 때는 오해가 풀릴 수 있다고 보고, 증폭시켜서 문제를 어렵게 만들 생각은 양쪽 모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국빈방문했던 지난 15일 현지에 주둔 중인 군사협력단 ‘아크 부대’ 장병들과 만나 “우리의 형제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안보는 바로 우리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 우리와 아랍에미리트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란 쪽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이란 외교부는 윤강현 주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란은 그러면서 70억달러(8조6600억원)가량의 원유 대금 문제까지 제기하고 “관계 재검토”를 거론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거론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을 언급하고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교부도 이날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함께하는 유사한 정치, 경제, 사회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고위 관계자는 “현안 문제 해결, 관계 개선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만간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고 다음 단계를 논하는 것은 아직 조금 이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취리히/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