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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정치후원금 공개…‘공천성’ 논란일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발표한 ‘2005년 국회의원에 대한 고액 기부자 명단’에선, 시장·군수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 및 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대거 후원금을 낸 대목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부산·경남·대구 등 영남권에서 이런 후원금 기부 사례가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일종의 ‘공천헌금’을 낸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해 논란이 예상된다.
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거둔 의원은 박성범 의원(서울 중구)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박 의원은 중구 구의회 오세홍 의원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구의원 5명한테서 200만~500만원씩, 지역구 출신 서울시 의원 3명에게서 400만~500만원씩 모두 31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위를 차지한 이성권 의원(부산 부산진을)은 안영일 부산진구청장에게서 500만원을 받는 등 구의원 3명과 시의원 2명에게서 2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같은 당 권경석 의원(창원 갑)은 창원시의원과 경남도의원, 전 도의원 등 4명한테서 16차례에 1530만원을, 최병국 의원(울산 남갑)은 광역의원 4명에게서 300만~500만원씩 1400만원의 후원금을 거뒀다.
이밖에 한나라당의 경우 △정형근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배상도 북구청장과 시의원에게서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 △박형준 의원(부산 수영)은 유재중 수영구청장과 시의원 2명한테서 850만원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은 정현욱 동구청장에게서 500만원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은 구의원에게서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홍준표 의원(동대문을)도 서울시 의원, 동대문 구의원 등 5명의 지방의회 의원에게서 각각 200만~500만원씩 모두 1800만원의 후원금을, 의원직을 사퇴한 맹형규 전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였던 송파구청장에게서 2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신청할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지난 2월17일 당사자들에게 모두 돌려준 뒤 이런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숫자는 작았지만 지자체장과 기초의원들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 이광철 의원(전북 전주완산을)이 시의원, 도의원에게서 각각 200만원씩 모두 400만원을 받았으며 △선병렬 의원(대전 동)이 시의원에게서 300만원 △권선택 의원(대전 중)이 구의원에게서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공개됐다.
민주당 대변인인 이상열 의원(전남 목포)도 장복성 목포시 의원에게서 500만원을, 신중식 의원(전남 고흥보성)은 도의원과 군의원에게서 모두 81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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