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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위성정당 꼼수 막자…여야, ‘준연동 비례’ 손질 가닥

등록 2023-01-12 07:00수정 2023-01-12 09:55

정개특위 첫 회의 ‘법안심사’ 착수
여 “완전 폐지”-야 “회귀 안돼” 이견
대통령 띄운 ‘중대선거구’도 격론 예고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오른쪽)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오른쪽)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꼼수’로 허울만 남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질하기로 합의했다. 선거구제 개편,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여야는 물론 정당 내부의 입장 차이가 커서 격론이 예상된다.

정개특위는 11일 국회에서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정치관계법소위) 회의를 열어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13건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여야는 먼저 2020년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에 뜻을 모았다. 정치관계법소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여야가 현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거의 만장일치로 합의를 봤다”고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9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주도한 패스트트랙 입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47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대신,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산출한 뒤, 지역구 의석을 빼고 부족한 의석수의 50%만을 채워 비례성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한 뒤 비례대표 후보를 몰아줬고,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 창당으로 맞불을 놓았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것이다.

이날 국회 정개특위 첫 회의에서 여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손질에 합의했지만, 방향은 아주 다르다. 권성동·장제원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각각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모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완전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선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강민정·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구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의 기호와 이름을 투표용지에 표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도 지역구에서 의석수의 50% 이상을 공천한 정당이라면, 비례대표 후보도 의석수의 50% 이상을 공천하도록 했다. 지역구 낙선자 중 득표율이 높은 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 도입(박주민 안)도 위성정당 방지책으로 거론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앞으로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정치관계법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선해서 유지하려고 해도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력화된다”며 “원외에서도 새롭게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어서 그런 사안을 포함해 전국적인 합의를 만드는 숙제가 있다. 이걸 해내지 않으면 굉장히 힘든 논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개특위에선 윤석열 대통령 발언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논의된다. 지역구별로 1명씩을 뽑는 소선거구제 대신 복수로 의원을 선출하되 인구밀도에 차이가 있는 도시와 농촌 지역구 의원 수를 달리하거나, 선거구를 광역화해 최대 11명을 선출하는 등의 중대선거구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눠 선출하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법안도 여럿이다.

여야 모두 현역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선거제 개편에 따른 득실 계산이 엇갈리면서 논의는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려고 하면 영남 지역구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총선 앞두고 그게 가능하겠냐”고 했다. 민주당은 장경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위원회를 꾸려 선거제 관련 당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의석 100석으로, 국민의힘(19석)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민주당에선 ‘선거제를 손보면 손해’라는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혁신위가 취합한 당내 의견이 정개특위에서도 깊이 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는 오는 4월10일이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인 만큼,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어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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