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문가 공청회에서 우상호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전문가 공청회에서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공청회에는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한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학경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압사 참사의 핵심은 인파의 흐름과 밀집도인데,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의 위험성 인식 부족으로 인한 관리 정책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며 “도로를 활용해서 인파의 밀집도를 낮춰주는 경찰의 조치가 있었다면 이태원 참사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정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선임행정관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를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으로 봐야 한다’고 한 말은 역할을 부정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의 현장에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변수남 동의대 교수(소방방재행정학)는 “참사 당일날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했는지를 한번 확인을 해봤는데 서울시에서는 단말기를 사용한 적이 없고 이와 비슷한 훈련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 교수는 “(현장 무전기 중) 가장 좋은 게 재난안전통신망이다. 취약점이 딱 하나 있다. 그 건물에서 정전이 일어났을 때는 일체 통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 내 재난관리 전담조직 신설을 제안했다. 지금은 재난 접수와 전파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가, 재난 상황파악과 관리는 국정상황실이 맡고 있다. 강 전 선임행정관은 “대통령실의 재난관리 업무 전담비서관을 검토해야 한다”며 “재난관리 위기시스템 벙커에서 상시 근무하는 비서관과 대응상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국가 위기관리 수석급의 조직 신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도 “최소한 대통령실 재난안전 비서관 신설은 기본”이라며 “대통령과 바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사 피해자들이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피해자들의 정책 참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 자리에 유가족분들이 없다는 것부터 안타깝다”고 했다.
참사 당일 ‘닥터카 탑승’ 논란을 일으켰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이경원 연세대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자기 집 근처로 재난의료지원팀(디맷·DMAT) 차량을 요구하는데 이것은 당연히 출동 지연을 초래한다”며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출동이 사전 편성돼 있지 않다면 스스로 가서 자원봉사 형태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계획, 프로토콜, 매뉴얼에 맞지 않게 임의로 체계를 흔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간다”며 “그렇다면 디맷 차를 타고 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야는 오는 12일 오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2차 공청회는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지역 상인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야는 국조특위 활동시한인 오는 17일 또는 16일께 마지막 회의를 열고 국정조사 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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