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지한 배우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잠시 중단되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다가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종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야 간 정쟁 속에 파행만 거듭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가뜩이나 조사 기간도 줄었는데, 기관들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다음달 7일로 종료되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지만, 여당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 2차 업무보고가 파행된 상황에서 남은 일정으로는 3차 청문회, 재발방지대책 공청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정조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애초 새달 7일까지 45일간 실시하기로 했던 국정조사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연동돼 일정이 지연되면서 전체 조사기간의 절반을 개점 휴업상태로 보낸 상태다.
이미 실시한 두차례의 현장검증과 기관보고도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과 정부 쪽의 자료제출 비협조로 ‘맹탕’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야 합의로 세차례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유가족 및 생존자의 증인 채택을 둘러싼 이견으로 4, 6일 두차례만 일정을 잡았을 뿐이다. 박 원내대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3차 청문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런 요구에 대해 “1월7일까지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해보고 논의할 문제”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전적으로 절대 (기한 연장은) 안된다는 기조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국정조사가 정쟁의 장이 됐고 유가족이 방청하면서 더 상처받는 것 같다. 국민 통합에 별로 도움 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쪽에선 특히 전날 국정조사 특위 2차 기관보고 정회 중,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쪽 보좌진이 전주혜·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대화를 몰래 촬영했다고 문제 삼으며, 용 의원이 특조위원직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국정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발한 배경에는 용 의원이 최근 조 의원이 여당 쪽 특조위원들을 비판하는 참사 유가족에게 “(야당과) 같은 편”이라고 한 비공개 발언을 공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은 용 의원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정조사 방해 행위가 목불인견”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우리 국조위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하되 기왕 국정조사를 시작했으니 제대로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유족들이 특위 위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말하던데 회의 진행이 방해돼선 안 된다”며 “유족들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위원들에게 구사해 폭언으로 거칠게 항의하는 것은 국정조사 성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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