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김경수 전 지사가 서울중앙지법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린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가석방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 전 지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연말에 특별사면해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으려던 윤석열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3일 부인 김정순씨를 통해 거듭 “무죄”를 주장하면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넣기,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내용의 자필 ‘가석방 불원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그는 내년 5월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출소해도 2028년 5월까지는 선거에 출마할 수도 없는데,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끼워넣기식으로 넉달 먼저 출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도 김 전 지사와 이 전 대통령의 남은 형기를 비교하며, 피선거권을 회복해주는 ‘복권’ 없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하는 것은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뇌물·횡령으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아 형기를 15년가량 남기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이제 만기출소 넉달이 남은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면피성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은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까지 사면해야 “최소한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김 전 지사의 가석방 거부 선언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거참, 무슨 ‘양심 코스프레’…정치 근육 키우기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댓글을 조작한 선거사범이 정치보복 피해자 행세를 하며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출소 뒤 정치적 입지를 만들기 위한 쇼가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되면 (사면도) 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권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박근혜 정부 인사 등에 대한 사면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빠지게 되면 국민 대통합이라는 사면 취지가 옅어진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칙이 달라진 건 없지만, 셈법이 복잡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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