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삭감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단독 삭감한 예산을 원상 복구하지 않으면 예산안 심사에 계속 불참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2023년도 예산안) 원안을 통과시키든, 아니면 (민주당이) 부결을 해 준예산을 만들 든 모두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태도로 보인다”며 “경찰국 관련 예산 같은 불법 예산 또는 초부자 감세 같은 부당한 예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필요하다면 원안과 준예산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증액은 못 할지라도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예산안 합의가 안 되면 삭감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을 언급한 것이다. 헌법상 예산안 증액은 정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삭감 의견만 반영한 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국회 예결특위에서 활동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획재정부는 어떻게든 토씨를 잡아 증액 예산이 들어갔다며 발목을 잡으려고 하겠지만 (내부적으로 삭감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단독으로 삭감한 공공분양주택 사업(1조1393억원)이나 규제혁신추진단 사업 예산을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 등 조정심사소위원회에 계속 불참하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예산소위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무위와 국토위는 여야와 정부가 함께 재심사하고, 이를 토대로 예결위가 국회의 합의 정신에 기반해 하루속히 예산을 통과시키고 민생에 함께 힘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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