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구조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 8일 공개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긴급 재난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라며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 발생 144분 뒤인 지난달 30일 새벽 1시39분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는 “망자 관련해 남은 30여명을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이러지 말라. 망자 지금 이송하지 말라”며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한다”고 답했다.
1시45분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 쪽이 ‘사망 지연 환자 이송 병원 선정’을 요청하자, 다시 중앙상황팀은 “저희가 안 할 거다.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했다. 재난 상황에서 사망자를 가장 늦게 이송해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하지만, 이런 매뉴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화방에서는 1시48분 노란색 점퍼를 입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진과 함께 “복지부 장관님 나오셔서 현 상황 브리핑 받고 계시다”라는 글이 떴다.
대화 내용에는 참사 현장에 의료진조차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 드러났다. 29일 밤 11시10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쪽이 해밀톤호텔 뒤쪽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는 “경찰에 큰 도로 쪽 응급의료소 공간 확보를 요청해야 한다. 환자 규모가 어떻든지 의료소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통제가 우선”이라고 경찰의 현장 통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앙상황팀은 11시41분 “의료진 조끼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통제해 현장 진입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못 시킨다”며 의료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후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 진입을 못 했다. 자꾸 이러시면 저희 다 철수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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