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장동 특검''을 추진하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의 대치가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자금 수수 의혹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여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25일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시정연설을 듣는 것은 국회 의무라고 맞섰다. 여야 갈등은 25일부터 펼쳐질 예산, 법안 심사 국면에서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탄압이 끊이지 않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통령이 입법부인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에 나서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속어 사용과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할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다면 결코 시정연설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국회가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면서도 “국회법 84조에 보면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시정연설은 듣고 싶으면 듣고 듣기 싫으면 안 듣는 내용이 아니라 국회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여야는 기자회견과 발표를 이어가며 대선 막판을 방불케 하는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조정식 사무총장과 박 원내대표가 각각 오전 11시와 오후 1시30분 대장동 특검 수용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고,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후 2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야당의 주장을 거부했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마치고 25일부터 본격 예산과 법안 심사에 들어가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나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는 난망해 보인다.
국회가 조정자 구실을 상실하자 갈등은 장외로 번졌다. 주말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집회와 이재명 대표 구속을 외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회가 제 구실을 해서 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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