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3·1절에 골프를 한 이해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교육차관·지방언론 사주도 동반 ‘라운딩’
정동영의장, 간접 비판…한나라 “사퇴해야”
정동영의장, 간접 비판…한나라 “사퇴해야”
이해찬 국무총리가 철도노조 파업 정국에 부산에서 상공인들과 대화를 위해 마련했다는 3·1절 골프 행사에는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한 지방대학의 총장, 지방 유력언론사 사주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권 안에서도 정부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적절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자숙’을 촉구하는 등 비난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3일 총리실 관계자와 지역 상공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차관은 총리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1월 말께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 2팀을 예약했으며, 3·1절 골프 행사에도 이 총리를 직접 수행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애초 참가하기로 했던 일부 인사 대신 부산의 한 대학 총장이 참석했으며, 기업인이 아닌 정 전 수석과 부산의 유력 언론사 사주도 함께 운동했다”고 전했다. 정 전 수석은 이 총리가 1998년~1999년 교육부 장관을 지낼 때 부산시 교육감을 지낸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 총리와 각별히 교류해 왔으며, 2000년 8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또 이기우 차관은 정 전 수석 밑에서 부교육감을 지낸 뒤 곧바로 교육부로 자리를 옮겨 이 장관 밑에서 교육환경국장을 맡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 총리의 신임을 받았다. 이 총리뿐만 아니라 이 차관과 정 전 수석, 지역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한데 어울려 파업정국에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이 총리의 사퇴와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총리는 철도파업 첫날, 게다가 3·1절에 골프를 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며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긴급 성명을 내어 “총리가 지방경제를 점검하러 갔다고 한 말이 만천하에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총리뿐만 아니라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차관까지 파업정국에 골프에 동행한 것은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정신 자세를 그대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나라의 기강이 좀 서야 한다”며 “지금은 공직자와 정치인이 모두 자숙해야 할 시기”라며 이 총리의 골프회동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정장선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 총리의 잇따른 골프 사건에 대해 당내에서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총리 골프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최익림 허미경 황준범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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