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정의당 의원(오른쪽 사진)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질의를 하는 중 과거 막말 발언 등에 대한 사과가 미흡하고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레드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4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17일 종반전으로 접어든다. 여야가 민감한 정치 현안을 전면에 내세워 강하게 충돌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이번 국감은 막말과 고성, 파행으로 이어지는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국감이 정부 출범 뒤 5개월 만에 열려 ‘신-구 권력 대결구도’가 강해지면서, 꼭 필요한 ‘민생 정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국감 시작부터 윤 대통령의 국외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파문과 ‘외교 참사’ 논란,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한·미·일 군사훈련 등 대형 이슈를 놓고 줄곧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첫날부터 ‘파행’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4일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의 외교부 국감에선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참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과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충돌로 국감이 중단됐다. 또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담긴 동영상 재생 여부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며 3차례나 파행을 거듭했다. 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를 둘러싼 감사원 독립성이 화두가 된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선, 의사진행 발언 여부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시작 10분 만에 감사 중지가 선포되기도 했다. 또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감에선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며 노골적으로 ‘색깔론’을 제기하며, 고성 속 김 위원장에 대한 퇴장 조처가 이뤄지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면서, 상대 당 의원들의 발언이나 행적을 문제 삼으며 징계안 발의도 속출했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김제남 한국원자력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고 발언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대선 직후 방위산업체 주식을 매입해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린 이재명 민주당 의원 등 7명(국민의힘 의원 징계안 3건, 민주당 4건)에 대한 징계안이 발의된 상태다.
오는 24일까지 남은 일주일간의 국감에서도 여야의 극한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열리는 환노위에서는 색깔론을 제기한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고발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야 대치가 예상된다. 18일 법사위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선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쌍방울 의혹’ 그리고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정쟁에 몰두한 사이, ‘노란봉투법’이나 양곡관리법, 정부·여당의 종부세·법인세 인하 방침 등 중요한 민생 정책 이슈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 금리를 포함해 고물가, 고환율 문제가 심각한데, 여야가 정책이나 예산을 논의하기보다 반공 이데올로기 등 철 지난 색깔론을 두고 다투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 모두 자신들의 진영 내에서 존재감을 확인시켜야 다음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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