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 이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 미래를 논의해보자는 초당적 모임 ‘정치개혁 2050’을 주도한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정원에서 정치 현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야당은 국회에서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정치적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협치와 타협은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와중에 여야의 젊은 정치인들이 모여 ‘혐오 정치’ ‘반사이익 정치’를 뛰어넘고 우리 사회 미래가 걸린 이슈들을 함께 논의해 보자는 모임 ‘정치개혁 2050’을 발족한 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탄희·전용기 국회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 국민의힘에서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천하람 혁신위원·최재민 강원도의원, 정의당에선 당대표에 도전하는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이 이 모임에 참여했다. 이미 증오와 적대의 전선이 뚜렷하게 그어진 현 상황에서 이들의 모임이 정치적 반향을 불러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상대방을 악마화함으로써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진영 논리를 벗어나, 진정 국민의 위한 정치를 모색해보자는 이들의 목소리는 귀 기울일 만하다. 이 모임을 주도한 두 젊은 정치인,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과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왔다.
― 젊은 정치인들이 모인 ‘정치개혁 2050’은 어떻게 만들어진 겁니까? 누가 먼저 제안을 했고, 어떻게 사람들을 모은 건가요?
(김용태) “처음에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먼저 제안을 했죠.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해 왔는데 조금 더 발전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 앞으로 2050년까지 저희가 정치를 해나가야 하니까 기후위기라든지 저출산, 국민연금, 이런 문제를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나서보자고 한 겁니다.
여야에서 좀 합리적이고 뜻이 맞는 젊은 정치인들이 모여서 우리 미래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이 전 최고위원이 저한테 제안을 했고, 저도 좋은 취지인 것 같아서 뜻을 같이 했습니다. 사실 제가 대선 전엔 이동학 전 최고위원을 비판 많이 했거든요, ‘586 앵무새’라고, 민주당 젊은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비판하지 못한다고 비판을 했어요. 그런데 만나서 얘기해보니까 공감하는 게 많더라구요.”
(이동학) “제가 민주당에 가입한지 한 20년 됐어요. 정치를 지켜보며 늘 심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정말 정쟁으로만 빨려 들어가고 있잖아요. 그 정쟁이 의미 있으려면 국민 삶을 가지고 논쟁하고 논쟁의 결과가 국민 삶에 유익한 방향으로 귀결돼야 하는데, 보통의 논쟁은 그냥 상대방의 비호감을 높이기 위한 논쟁이고 논쟁의 결과가 결국 검찰이나 경찰, 법관들이 들어와서 정치를 대신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좀 다르게 해보자, 지금 정쟁의 자리에 실제로 들어가야할 내용이 뭐냐, 바로 현재와 미래 이슈들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다루는 게 대한민국 사회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지금 두 분이 하신 얘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거 같은데, 여야 당내에선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 지금은 싸울 때지 그런 거 모색할 때가 아니다’ 라는 의견도 많을 거 같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니까 당내 반응은 어떠하던가요?
(김용태) “저는 솔직히 여당이다 보니까, 저희가 하는 일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 많아요. 지금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철학을 뒷받침해야지 민주당하고 같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냐, 이렇게 비판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문재인 정권이 야당을 야당으로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국가를 운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 본연보다 정치보복에 몰두했고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거거든요.
국민의힘은 지난 정권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민주당을 국정 파트너로서 대우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저희가 보여주는 태도는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 거 같아요. 이래선 정치 발전이 없을 거라고 보고요, 야당은 여당을 인정하고 여당도 야당을 인정해야 정치가 발전하리라 봅니다.”
― 이름을 보면 ‘정치개혁’을 추구하는 모임이란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방향의 정치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 또 ‘2050’은 무슨 뜻입니까?
(이동학) “우선은 선거제도 개혁을 얘기할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양당제가 굳어진 게 극단의 정치를 만드는 한 요인이 되니까 게임의 룰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양 극단으로 가지 않고 협력과 타협의 토대를 만들 선거제도는 어떤 것이냐, 그런 걸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벽, 예를 들면 기후 위기나 지방 소멸, 초고령화, 저출산 등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복지 위기, 의료 위기, 연금 위기로 다가올텐데, 그 대비책은 무엇인지 다뤄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김용태) “추가로 이탄희 의원이 제안하신 건데, 국회의 준법 운동을 한번 해보자고 했어요. 가령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총선 1년 전에 해야만 하는데 이걸 지킨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늘 선거 임박해서 졸속으로 처리를 했죠. 그래서 이번엔 법 규정대로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한번 해보자, 국회의원들부터 법을 지킨다는 전범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50’은 20대에서 50대까지라는 뜻은 아니고요, 지금부터 약 30년 뒤인 2050년을 대비하자는 뜻입니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9월27일에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첫 번째 토론회를 열었죠? 제가 토론회 발제문을 읽어보니까,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지금 한국정치를 가리켜 ‘상대를 악마로 만들어 혐오 감정을 일으키는 데 판돈을 올인하는 도박 정치’라고 말한 게 눈에 띄더라고요. 왜 이런 혐오 정치, 반사이익 정치가 심해진다고 보시나요? 그 책임은 누구에게 가장 크게 있는 걸까요?
(김용태) “저는 정당 공천권이 핵심 문제 중 하나라고 봅니다. 당 대표 혹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권한을 휘두르다 보니까,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해 온 구조가 된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와 국민, 당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권력자를 대변하기 바빴던 거죠. 이건 여야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특히 저희는 여당이다 보니까, 국민의 어떤 상식을 대변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잘못한 것까지도 감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대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상대방의 허물을 봐야 하고, 상대를 비난해야 하고, 이런 데 집중하다 보니 혐오 정치가 심해지는 거죠. 이런 것을 한번 타파해 보자는 생각에서 모임을 만든 겁니다. 사실 지금 정치의 위기는 정치인들이 불러오고 있어요.”
(이동학) “이건 정치인 개인의 탓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선거제도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봐요. 공천을 잘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인데, 지금의 공천 틀 안에서는 어쨌든 영남과 호남을 특정 정당이 다 독식하는 구조가 되잖아요. 그런 상황에선 정책을 잘하거나 또는 미래지향적으로 국가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을 잘 다루는 것보다는 그냥 유력 주자한테 줄을 잘 서서 공천을 받기만 하면 되죠, 그러면 당선되는 구조이다 보니까 제대로 된 정치가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상대방을 이기는 방법이 국민의 실질적 삶을 나아지게 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나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면 이기는 구조가 되다 보니까 서로를 악마화하는 데 훨씬 더 익숙한 거에요. 그런데 그 악마화가 말로만 끝날 수가 없고, 정확하게 인증까지 시켜줘야 하니까 사법을 동원하는 거죠. 그래서 검찰 수사 들어가서 기소를 하게 만들고, 그 기소를 통해서 언론에 이런저런 의혹들을 막 흘리고, 그렇게 도덕적으로 완전히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려는 것이죠. 그런 정치에 국민은 새 희망을 느끼질 못하죠.”
(김용태) “저는 여야가 지금 정쟁으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다고 봐요, 기득권들끼리의 공존이죠. 여야가 어떤 정쟁의 프레임을 짜지만 서로가 ‘윈-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결국 국민의힘은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더 색깔이 강해질 테니까요. 이런 기득권이 지속되면 그 피해는 국민이 다 받게 되는 거니까 이런 구조를 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토론회에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지금 국민의힘 내홍의 본질이 당권, 곧 2024년 총선 공천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윤핵관’들이 총선 공천권 확보를 위해서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내려는 게 본질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김용태) “저는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당권을 누가 장악하느냐, 당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이, 언론에서 표현하는 이른바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관계자)이란 분들이 총선에서 더 많이 공천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분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어야겠다, 그런 구조에 기인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상식을 대변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숨기고 있는 이유도, 윤핵관이 말하는 분이 당대표가 됐을 때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공천 권한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준다면,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사람이 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국회의원들이 권력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좀더 상식적인 정치를 할 수 있겠죠. 이건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건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열성 당원을 많이 확보한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팬덤 정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지 않을까요?
(김용태) “우리보다 민주정치를 오래 해온 미국을 보면, 미국은 (후보 경선 때) 당원 비율을 얼마로 할 것이냐가 주마다 조금씩 다르고, 또 오픈 프라이머리(당원 아닌 일반시민도 경선에 참가)냐 아니면 코커스(일반당원 아닌 대의원 중심 경선)냐도 각 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 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건 저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걸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 할 수 있기에,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쳐서 각 당이 좋은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동학) “저는 공천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지역구 선거 중심이다 보니 국가 전체의 중요 사안보다 지역구에 다리 하나 놓고 도로 하나 더 뚫는 게 훨씬 우선시되는 정치를 합니다. 이걸 깨려면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는 전국구 비례대표 수를 지금보다 더 늘리고, 현 소선거구제를 넓혀서 한 선거구에서 3~4명 뽑는 중.대 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양당 구도를 깨는 게 혐오 정치, 반사이익 정치를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야 기후위기·초고령화 등 현안을 국가 전체, 공동체 전체 이익의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임기 초반에 이렇게 낮은 지지율을 이어가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데요, 이유는 무엇인지 또 어떻게 위기를 넘어서야 할지, 두 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이동학)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실기(失機)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윤 대통령은 원래 국민의힘 사람이 아니잖아요? 국민의힘과 그렇게 끈적끈적하게 결합된 관계가 아니거든요. 정치적 기반이 당에도 없고 국민적으로도 없다고 봐요. 그냥 민주당정부에 대한 반감을 조직해 탄생한 정권이죠. 다시 말하면 빚진 게 별로 없는 거에요. 그렇다면 윤핵관들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역사에 남을 통 큰 대통령의 모습으로 업적을 남겨야 할텐데, 지금은 너무 좁은 길로 들어가 버렸어요.
윤 대통령은 야당에 적개심과 분노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금개혁과 노동개혁 등을 같이 해보자고 야당에 진심어린 제안을 하고,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도 그렇게 할 수가 있는데, 그런 길을 다 마다하고 오로지 상대방을 검찰의 칼로 공격하면서 어떻게 좀 해보려다 보니까 여러 가지 국정 실수들이 계속 나오는 거에요. 정말 벌거숭이 임금님이 된 상황인데, 그걸 모르죠. 우리가 지금 달성해야 하는 국정 목표들이 있는데 이걸 못하고 뒤로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안타깝고 실망스럽죠.”
(김용태) “검사 윤석열이 아닌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걸 다시 한번 인지하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치인과 검사는 굉장히 다르거든요. 검사는 범죄냐 아니냐를 따져서 수사하고 법원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정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들으면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인데, 윤 대통령은 아무래도 전자의 위치에서 생활을 오래 하시다 보니까 대통령으로서의 역할도 검사의 경험을 기반으로 판단하시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이번 뉴욕 비속어 논란도 국민들께 그냥 이해를 구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표를 줬으면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항변할 게 아니라 설사 억울하더라도 국민들께 좀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국민들도 마음을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나 더 덧붙이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5년 임기를 부여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5년 동안 여당은 대통령이 잘할 수 있게 협력할 뿐 아니라, 대통령이 잘못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옳은 소리를 내고 쓴소리를 해야 하는데, 아까 얘기한대로 공천 문제가 있다 보니까 그렇지를 못하는 거 같아요. 특히 초선 의원들이 더 ‘친윤’ 쪽에 서서 옹호하려는 현상이 있는 거 같아요. 이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파문이 터지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곧바로 문화방송(MBC)이 자막 조작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공격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없었고요. 김 전 최고위원은 이런 대응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용태) “여당에선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이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일 거고, 강 대 강으로 가는 게 지지층을 결집하고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라 생각했겠지만, 저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대통령의 철학에 대한 신뢰와 관련되는 것이거든요. 대통령이 늘 자유를 강조하셨고, 자유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결사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한 자유인데, 이렇게 되면 여당이 대통령 발언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거잖아요. 국민들이 볼 때 여당하고 대통령이 말은 저렇게 하면서 행동은 반대로 한다 이렇게 생각할 거고, 이런 게 쌓이면 대통령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저는 봅니다.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문화방송에 대한 법적 대응을 취소해야 한다, 문화방송이 편향됐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지 권력기관과 여당이 여기에 좌표 찍듯이 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당은 좀 져줄 필요가 있어요, 지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고 여당이 그런 큰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 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의결한 데 대해서도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동학)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 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사과도 않고 아무 것도 안하니까 보좌를 잘못한 외교부 장관에게 상징적인 조처로 아마 그렇게 한 거 같아요. 저는 실제로 박 장관을 해임시킬 수는 없다고 봐요. 윤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받지 않으리란 걸 민주당도 알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보고요, 그럼에도 야당도 의미있는 비판을 하면서 의회 차원의 외교 등 국익을 위한 보완재 역할을 해야죠.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민주당으로 확 오지 않잖아요? 이 사안을 길게 가져가는 것은 좀 아니라고 봅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박찬수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청년 정치가 화두인 시대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서 뽑힌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들에 의해서 밀려나고, 민주당에선 대선 직전 영입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청년 정치’는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일시적 방편에 불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두 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동학) “오히려 청년들이 이런 국면을 잘 활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낡은 이념, 낡은 이미지의 기성 정당들은 새로운 청년들이 필요합니다. 청년에게 자리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거 같아요. 적어도 자기 삶을 던져서 많은 사람의 삶을 지키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정치를 하려는 청년들이라면 자기 역량을 키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당원과 국민을 설득해 이런 방향으로 가자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국민도 청년 정치인을 일시적 활용수단으로 보지 않고 ‘준비된 정치인’으로 봐주실 거고, 청년 정치인을 분명한 선택지의 하나로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여러 논쟁이 많았지만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펼쳤다는 점에서 평가되는 측면이 있고요, 쉼을 통해 다시 등장하는 날이 오겠죠.”
(김용태)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가지면 어떤 정치를 할지에 대한 것도 나오거든요. 저는 사실 여야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정치인은 몇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는 나이가 젊다고 해서 청년 정치가 아니고, 내가 왜 정치하는지 그 소신에 반하는 게 있으면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런 용기가 청년 정치를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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