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지난 26일 윤 대통령은 비속어 파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오히려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뒤 국민의힘은 <문화방송>(MBC)의 최초 보도를 문제삼으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하라’는 야권의 요구는 일축하고 언론사 공격으로 방향을 튼 것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북미 순방에서 귀국한 뒤 여권은 일단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보도의 진상규명을 강조했고,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에 보도 경위를 밝히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국민의힘은 ‘엠비시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티에프(TF)’를 꾸려 문화방송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 23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만약 (이 ××라는) 그 용어가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거라고 했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역공을 주도하면서 이런 온건론은 쏙 들어갔다.
순방 기간 각종 ‘사고’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20%대(한국갤럽 지난 23일 발표)로 주저앉은 위기 상황에서 강경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33명을 상대로 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9%포인트)에서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1주일 전보다 5.9%포인트 떨어진 65.8%였다. 국민의힘 영남 초선 의원은 “비속어로 여론이 안 좋아진데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심한데, 여당은 대체 뭐 하고 있느냐는 불만도 있다”며 “(강경 대응에는) 내부 결집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핵심 지지층 결집으로 더 이상의 지지율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강경 드라이브는 자신이 원인을 제공하고 책임은 언론에 떠넘기는 윤 대통령의 언론관과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문제삼으며 ‘언론노조’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7월엔 ‘만취 음주운전’ 전력과 ‘제자 갑질’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언론의, 야당의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언론의 검증을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 비속어 논란에서도 ‘성찰’보다는 ‘공격’을 선택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고 진상규명을 얘기한 상황에서 우리가 고려할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회의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어찌 됐든 대통령이 ‘이 ××’라고 욕설한 건 사실 아니냐. 유감 표명도 없이 무조건 조작방송이라고 방송사에 뛰어가면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국민이 바보인 줄 아냐”고 말했다. 영남 중진 의원도 “주가는 내리고, 금리는 오르고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데 민생 해결 대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으면 역풍은 집권 여당으로 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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