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맥도날드경 빌딩에서 열린 한-캐나다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욕설’ 파문으로 얼룩진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 국외 순방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 안에선 사과 한마디 없는 대통령실의 억지 해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친윤석열계(친윤계) 일부 의원들은 야당 탓, 언론 탓을 하며 윤 대통령 엄호에 집중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며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 이랍니다. ‘미국의 이XX들’이 아니고 ‘한국의 이XX들’이랍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욕설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비판했다. 지난해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기도 했던 유 전 의원은 “본인의 말이니까 대통령은 알고 있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다른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 돌파를 해야지,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일은 점점 커진다”며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을 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말했다.
당 안에선 진솔하지 못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사과를 하는 게 먼저인데, 기껏 내놓은 해명이 야당 탓이라니,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제 야당과 협치는 물 건너간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명을 보면 정무적인 판단이 전혀 안 되는 것 같다”며 “대통령실은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친윤계 의원들은 언론 탓, 야당 탓을 하며 ‘억지 방어’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겨냥해 “조작된 광우병 사태를 다시 획책하려는 무리가 스멀스멀 나타나 꿈틀거리고 있다”고 했고, 박수영 의원은 “신뢰성 떨어지는 모 방송사가 나쁜 정치적 의도로 ‘이 XX’ ‘바이든’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또 조수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형수 욕설 기사를 공유하며 “이것이 진짜 욕설!”이라고 물타기에 나섰고, 배현진·유상범 의원 등은 아예 욕설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를 두고 “그런다고 뱉은 욕이 사라지냐”며 “다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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