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너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하며 “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며,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짐에 따라 미국·일본과의 안보 협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일본과의 관계에 소홀했다고 비판하며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을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집착하는 학생”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는 18~24일 영국·미국·캐나다 5박7일 순방 일정을 앞두고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졌다. 취임 뒤 두번째 해외 방문인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에 나서는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고조되는 북핵 위협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확장된 억제력을 강화할 방안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담긴 패키지를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확장된 억제력에는 (유사시) 미국 영토 내에 있는 핵무기 사용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의 패키지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밝은 경제적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최근 미-중 관계 악화 속 중국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듯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것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이나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색된 일본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 등을 한·일 안보협력, 경제·무역 문제 등의 현안과 함께 전부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을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18일 오전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공항을 출발한 윤 대통령은 영국 런던에 도착해 찰스 3세 국왕이 주재하는 리셉션 참석을 시작으로 공식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뉴욕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23일엔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런던/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