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예방해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일정으로 1일 시작된다. 여야 모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민생 최우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부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대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힘이 115석, 더불어민주당(169석) 등 야당이 184석인 ‘여소야대’ 국회의 본격 시험대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31일 “문재인 정부 때 허물어진 국가의 근간을 정상화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인 만큼,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 입법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이런 기조 속에 ‘국민통합’과 ‘민생경제 회복’ ‘미래 도약’을 3대 방향으로 내세우며 상임위별 핵심 법안 100건을 선정했다. 국민통합 분야에선 납품단가 연동제를 위한 ‘대중소기업상생법’과 ‘하도급법’, 임대주택 입주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법’, 민생경제 회복 분야에선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종합부동산세법’과 ‘생애최초주택 활성화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선정했다.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특별법’과 ‘디지털헬스케어산업 활성화법’ 등의 입법도 추진한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한겨레>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문제가 많았던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고, 서울 도심에 용적률을 완화해서 살고 싶은 주택 공급을 늘릴 것”이라며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놓쳤던 미래 먹거리 산업 관련 법안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임대주택 예산 등을 삭감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종부세 완화 추진 등을 문제 삼으며 철저한 검증과 보완을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 상황 속에서 국회 1당으로서 민생 입법을 주도하고 잘못된 정부 정책을 견제하며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이날 국회에서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을 열어 ‘22대 민생 입법 과제’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서민주거안정법’과 기초연금 부부 감액을 폐지하고 기초연금액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확대법’,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시설 거주자를 지원하는 ‘최소주거보장법’, ‘청년구직활동지원법’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코로나 백신 수급 관리를 감사 대상에 올린 것 등을 ‘정치 보복 감사’로 규정하며, 앞으로 특별감사를 할 때 국회에 사전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민생 입법 추진 외에도 “국민이 어려울 때 나라 곳간 지키자고 예산을 축소하면 민생난이 가중된다”(박홍근 원내대표)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태세다. 특히 영구임대주택 예산과 지역화폐 지원 예산, 청년·노인 일자리 예산 등이 삭감된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두고, 이재명 신임 대표가 “비정하다는 느낌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어 여당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 3대 퇴행 저지 과제’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부자 감세’와 노동시간 연장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등 ‘노동 개악’, 탈핵 정책 백지화와 탄소중립계획 후퇴 등 ‘기후위기 심화’를 꼽으며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부자 감세와 노동 개악 등의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노동자·무주택자·자영업자의 권익을 강화하면서 정기국회 안에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기국회는 12월9일까지 이어진다. 14일(민주당)과 15일(국민의힘)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고, 19일부터 나흘 동안은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다. 또 10월4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 바로잡았습니다
◇8월31일 오후 6시17분 최초 등록한 이 기사에서 ‘6일(민주당)과 7일(국민의힘)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고’라고 보도했으나, 이 일정이 14일(민주당)과 15일(국민의힘)로 변경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이를 바로잡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