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5월10일) 초청 명단의 존재를 놓고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해명이 이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취임식에 초청한 이들의 공개를 피하려고 대통령실의 해명이 꼬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은 취임식 초청 명단 관련 질문에 “(각 부처 등에서 취임준비위원회로 보낸 참석 대상 명단이 들어 있는) 공문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고 개인정보가 포함된 이메일(로 온 명단 회신 내용)은 파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는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확보해 윤 대통령의 장모 최아무개씨의 사문서 위조 공범과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김 여사의 지인 등이 “여사님” 초청으로 취임식 참석 명단에 올랐다고 지난 16일과 19일에 보도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취임식 초청 명단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반박했고, 행정안전부도 ‘초청자 명단을 일괄 삭제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될 만한 인사들이 취임식에 참석했는지 확인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논란이 일자 지난 29일 행안부는 일부 명단이 남아 있다고 번복하면서 거짓해명 논란으로 번졌다. 이관섭 수석의 이날 국회 답변은 ‘일부 명단이 남아 있다’는 행안부 설명의 반복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취임식 초청 명단이 보도됐을 당시엔 ‘전체 파기했다’고 주장하다가 (야당이) 법적으로 문제를 삼으니 말을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금까지 대통령실과 행안부의 해명은 취임식에 참석한 ‘각계 대표’ 명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는 크게 ‘특별초청’(윤 대통령과 김 여사 초청), ‘각계 대표’, ‘일반 국민 초청’ 등으로 분류된다. 행안부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밝힌 “3부 요인, 국회의원, 주한외교단, 지방자치단체 대표” 등은 ‘각계 대표’에 포함된다. 행안부가 또 “이메일 등으로 접수한 명단과 인터넷 신청 명단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파기했다”고 설명한 부분은 ‘일반 국민 초청’ 대상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초청한 브이아이피(VIP) 명단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선 설명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인수위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초청을 원하는 인사들의 이름·연락처·직책이 적힌 명단을 취임준비위에 넘겼고, 취임준비위에서는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 의사를 확인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최종 취합된 취임식 참석자 명단을 모두 파기했다고 하지만 불법 논란은 여전하다. <서울신문>은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취임식 초청 명단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운영위에서 취임식 초청자 명단 파기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대통령실이 ‘5부 요인 등 주요 기관장(초청 명단)만 남아 있다’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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