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새로고침위원회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 논쟁을 부른 당헌을 개정하려다 좌초하면서 후폭풍을 맞고 있다. 비이재명계(비명계)를 중심으로 당헌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갈등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친이재명계 안에서는 이번 논란이 ‘이재명 체제’에서도 이어질 당내 권력 다툼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어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되,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하면 직무 정지를 풀 수 있는 권한을 기존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 대표가 위원장인 당무위가 갖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전날 당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기존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당헌 14조 2항과 함께 중앙위원회 투표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이에 당 비대위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당내 반감이 크다고 판단한 당헌 14조 2항만 빼고 재의결을 한 것이다. 이날 당무위에서 의결된 당헌 80조는 26일 예정된 비대면 중앙위를 거치면 효력이 발휘된다. 당무위는 주요 당직자와 광역 단체장 등으로 59명으로 구성되고, 중앙위는 이들과 기초단체장, 지역위원장 등 566여명으로 꾸려진다.
그러나 비명계 의원들은 당헌 80조 재의결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적지 않다고 반발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의 당규 상 중앙위원회 소집에는 5일이 필요함에도 내일모레 또다시 숙의와 토론이 불가능한 온라인 중앙위를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꼭 중앙위를 다시 소집해야 한다면 안건에 대한 질문과 토론이 가능한 오프라인 중앙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규에 중앙위 소집 공고는 개최일 5일 전에 하도록 돼 있는 데 이를 어겼고, 중앙위를 열어야 하는 긴급한 사유도 없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중앙위를 열려면 5일 전엔 안건을 알려주도록 당규에도 규정돼있는데 그것도 없이 중앙위를 또 막하냐”며 “잘못된 절차에 대해서 지적 안 하고 가면 여기가 공산당”이라고 말했다.
한번 부결된 안건을 다시 올리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사실상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당헌 개정안은 전체가 통으로 부결된 사안이다. 안건 재상정의 이유와 기준도 질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당헌 80조 개정의 경우 당내 합의가 이뤄진 사안인 만큼, 중앙위 소집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중앙위 재소집을 결정했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는 당헌 개정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다음 지도부 대부분이 친이재명 성향 의원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마다 ‘사당화’ 꼬리표가 따라붙면서 비명계와 반목하는 일이 빈번하면 리더십 누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대선 경선,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것처럼 잡음이 빚어지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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