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지목해 비판했다. 조해진, 하태경 등 이 대표와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몸담았던 의원들도 ‘이준석 엄호’에 나서며 당 내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는 (윤대통령의) 이 발언은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신과 가까운 박민영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비판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칼럼을 언급하며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고 했다. 비상대책위를 통해 자신을 축출하려는 배후에 윤 대통령의 ‘분노’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움직임에 관해 “용피셜(용산 대통령실과 오피셜을 합친 말)하게 우리 당은 비상 상태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며 당이 나아졌다고 ‘인정’했는데 무슨 비상사태라는 것이냐고 되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두 차례나 공개 충돌했다. 이 대표는 선거 전략을 두고 윤 대통령쪽과 충돌하며 지난 11월과 12월 각각 당무 거부와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사퇴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자 유출 사태 뒤 두 사람의 사이는 봉합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친이준석계의 반발도 표면화했다. 조해진, 하태경 의원은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둔 이날 당 대표가 ‘사고’일 때는 비대위가 출범해도 대표 지위가 유지되도록 하고, 당무에 복귀하면 최고위원을 선임해 잔여 임기를 수행하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냈다. 이 대표의 당 대표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김웅 의원도 전날 ‘국민의힘을 보면서 느낀 소감’ 등을 담은 온라인 설문조사 링크를 의원들과 공유하며 비대위 반대 공론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선 이상 중진들과 오찬하며 비대위원장을 추천받았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3선 의원들도 그런 의견 (당내 인사가 적합하다는 초, 재선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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