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전 정권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발언에 대해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4일 비판했다. 당시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선 “해당 발언을 해명하거나 보충하지 않았다”며 “책임의식도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을 공유하며 이렇게 밝혔다. 칼럼에선 윤 대통령이 ‘몇몇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했던 지난달 5일 상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여당 대변인의 공개적 비판에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주장이었다. 칼럼에선 “그러지 않아도 이 대표를 싫어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박 대변인의 비판 뒤에 이 대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며 “내부 총질이나하는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도 이런 분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토론배틀을 통해 발탁한 청년 정치인이다.
이 대표는 ‘양상훈 칼럼’ 내용을 거론하며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다. 박 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며 “대표 취임 이후 대변인단이 쓰는 어떤 논평에도 이걸 쓰라는 이야기, 저걸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나와서는 안되는 발언이었다”고 했고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건 영상에 잡혔지만 강인선 대변인이 이 발언에 대해 언론인들에게 해명하거나 보충하는 모습보다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며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또 “강 대변인은 할 일을 하지 않았고, 박 대변인은 할 일 이상을 용기와 책임의식을 갖고 했다”며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할 용기도, 뭔 일이 난 상황에서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도 ‘자신의 공개적 비판에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주장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두 분 모두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며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만, 세대 교체의 교두보를 만드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렬히 지지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자 파동 이후로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 당정은 쓴소리조차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제 판단”이라고 적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도 사람이기에 따가운 말에 기분이 상할 수 있고, 대표도 사람이기에 당내 갈등에 감정적으로 응수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해야지만 화합할 수 있다. 그게 지금 제가 두 분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제언”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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