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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중재커녕 강경몰이 한발 더

등록 2022-07-19 22:45수정 2022-07-20 02:43

윤 정부, ‘경제살리기’ 명목 친기업 정책 노골화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대응 노동정책 시험대
지지율 수세 국면 전환용?…거센반발 초래할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노조의 파업 사태와 관련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법치주의’를 앞세운 윤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에, 공권력 투입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사태와 관련해 공권력 투입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그 시기는 언제인지’ 질문을 받고 “산업 현장에 있어서, 노사 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불법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사를 불문하고 산업 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엄정하게 확립돼야 한다”며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이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당도 강경 대응에 목소리를 높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하청업체 노조가 떼를 쓰고 우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더는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취임 뒤 ‘경제 살리기’란 명목으로 친기업 정책을 노골화해온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을 따져볼 시험대다. 대통령실은 삭감된 임금 30%를 복구해주길 요구하며 이날까지 48일째 이어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해 그간 침묵해오다 전날부터 강경 드라이브에 나섰다. 이는 경제 위기와 지지율 하락 등 수세적 상황을 바꾸는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경찰은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경찰력을 투입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날까지 경찰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4차 출석요구 기한인 22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의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발언에 경찰력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발부가 진입의 필수조건이 아닌 만큼 상황에 따라 경찰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앞서 현장 안전진단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10분께 현장 상황 확인을 위해 헬기를 타고 거제에 도착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김병수 경남경찰청장으로부터 “고공 농성자 등을 고려해 안전이 담보되는 게 중요하다”는 요지로 상황 보고를 받은 이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정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공권력 투입도 그중 하나지만, 집행 과정에서 희생이 발생할 우려 등을 고려해 관계 장관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농성 중인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이 장관에게 “언론에서 공권력 투입이 나오지 않도록 시그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공권력은 최종적인 수단”이라며 “대화가 우선이고 (공권력 투입은) 최종적인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김미나 박수지 선담은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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