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방한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나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공급망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며 세계적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접견에서 대북 추가 경제 제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옐런 장관을 접견했다. 지난해 1월 취임 뒤 옐런 장관이 방한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 위기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가 간 연대와 협력에 기반을 둔 공동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때 합의한 전방위적 한-미 동맹 강화도 거듭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위기가 전세계로 엄습하는 가운데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이 정치·군사 안보와 산업·기술 안보 분야에서 더 나아가 경제·금융 안보 동맹으로서 튼튼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경제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도 이에 “양국이 안보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한-미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한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 자리에선 달러화 강세로 인해 외환 유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돌파할 통화 정책으로 거론된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양국의 상대적 통화가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국도 협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옐런 장관은 윤 대통령 접견 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외환시장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재무 장관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기재부 쪽은 전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제재가 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북 (추가) 제재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한편, 옐런 장관은 이날 오전 엘지(LG)화학 사업장을 찾아 중국과 러시아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의 불공정한 질서를 통해 각 국가의 안보가 위협받는 것을 막고 자유롭고 안전한 무역질서를 확립해 시장이 도움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같은 독단적인 나라가 독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겨냥해서는 “재생에너지를 의존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푸틴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줄 것”이라며 “미국에 투자하면 제도를 강화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탄소배출을 줄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한-미 프렌드쇼어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도체도, 배터리도 (한-미 양국이) 함께 협력해서 이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렌드쇼어링은 ‘친구’(friend)와 ‘기업의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shoring)을 합친 말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끼리 공동 공급망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