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만취 음주운전 전력과 조교 갑질 의혹이 불거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한 뒤 인사청문회 없이 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성희롱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오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난 직후 박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승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부터 약 30분 뒤였다. ‘예비 피의자’ 신분인 김 후보자를 정리하는 대가로, 법률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박순애 장관을 임명해 장관 인선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진 사퇴를 권유하는 방향으로 급박하게 흘러갔다”며 “김 후보자와 박 장관 모두 낙마시키기엔 정치적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나고 ‘교수 갑질’ 의혹까지 제기된 박 장관이 최소한의 해명 없이 교육부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하는 과정을 일단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며 “청문회는 아니지만 국회에서 장관의 자질이나 생각 등을 들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순애 장관과 함께 김승겸 합참의장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했으며, 새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명했다. 장관 임명과 인선을 ‘몰아치기’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다. 송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함께 수학하던 사법연수원 시절 행정·외무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이다.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와 하버드대 로스쿨 등을 거쳐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2003년에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송 후보자에 대해 “굉장한 인재로 알려진 유명한 분”이라며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결국 자유시장경제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출장 중에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으로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찰위원회는 5일 오전 회의를 열어 차기 경찰청장 임명 제청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오는 8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으며, 국가보훈처 차장에 윤종진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에 이성해 새만금개발청 차장을 임명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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