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띄운 혁신위원회가 27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좌장으로 참여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도 개최됐다. 이 대표가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심의로 거취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선 이후 당내 ‘신주류’로 부상한 ‘친윤석열계’(친윤계) 의원들과 맞대결하는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어 2024년 총선에 대비한 당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선거 승리에 자만해 제자리에 머물거나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치면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언제 싸늘하게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혁신위 출범 전부터 제기된 ‘이준석 사조직’이란 비판을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친윤계로 꼽히는 김정재 의원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 나와 “혁신위원 13명 중 이 대표가 5명을 지명했다”며 “이준석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다시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허위사실”이라며 “혁신위를 이렇게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흔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맞받아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선 장제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회가 열렸다. 코로나19로 1년 반 만에 열린 이날 포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배현진·윤한홍·정점식 의원 등 친윤계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안철수 의원이 참석해 예정에 없는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오랜 앙숙 관계인 안 의원이 ‘친윤계’와의 접점을 넓히며, 세력화에 나선 것으로 비쳐졌다.
안 의원은 이날 포럼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24일 이 대표가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한 데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도 “속이 타나 보죠”라고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간장’은 안 의원의 별명인 ‘간철수’와 장 의원의 성을 따서 붙인 은어다. 장 의원은 이에 대해 “(이 대표와)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말을 아꼈다.
또 이날 윤 대통령의 첫 국외 출장 배웅 길에 권성동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만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여당의 투톱 중 이준석 대표만 배제된 모양새가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엠비엔>(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대통령이 격식을 갖추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환송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제가 들은 공식 얘기”라며 “권 원내대표는 개인자격으로 가보겠다고 한 거고 저는 대통령이 허례의식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거기에) 부합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해서 안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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