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우크라이나 국회를 방문, 회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친윤계’ 중진 정진석 의원과 에스엔에스(SNS) 설전을 벌이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완승’ 했음에도 국민의힘 내전이 격화하고 있는 것을 두고 조기 당권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포문을 연 건 이 대표였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정을 모두 끝내고 이동한 폴란드에서 3차례 정 의원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우선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이야기였다”고 썼다.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자 충남을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정미경 최고위원이 내정된 것에 관해 “(이 대표의)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공격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의 인적 구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격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갑자기 화두만 던지고 우크라이나로 가버리셨기 때문에 이 혁신이 무슨 혁신인가 하는 궁금증이 있다”며 “최재형 (혁신)위원장,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혁신위원은 최고위원이 각 한명씩 추천한 것”이라며 “오히려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제가 최재형 위원을 추천한 것 외에 정진석 부의장께서 전원 선임했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정치 선배로서 조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대표가 언급한 ‘충남 공천 개입 의혹 제기’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습니까.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라고 썼다.
이 대표도 바로 반응했다. 그는 정 의원의 글을 인용하며 “(정 의원이) 우리 당내 인사를 몇분 저격했나. 먼저 때린 다음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냐’(고 하는) 이런 게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했다. 한국-폴란드 간 7시간의 시차와 국경을 가로지른 설전이 이어진 셈이다.
당 내에서는 두 사람의 격한 설전이 당권 경쟁의 서막으로 본다.
정 의원을 포함한 친윤계 쪽은 내년 6월까지가 임기인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워 2024년 4월 총선 공천개혁 의지를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고 여긴다. 대표직을 이용해 사전에 시스템으로 친윤계를 공천에서 견제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다져두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제 임기는 내년까지이고 제가 (총선) 공천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선제적으로 이준석이 공천권을 노린다고 하는 이야기 자체가 그분들 머릿속에 공천 뿐(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티브이(TV)> 인터뷰에서도 “(혁신위에 대해) 반발하는 분들은 뭐가 그렇게 찔리기에 벌써부터 반발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당개혁 아젠다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하니까 (선거에) 이겼는데 내려오라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어이없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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