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 요직 곳곳에 검찰 출신을 기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마이웨이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출범 때부터 확인된 ‘검찰 측근 발탁’에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이어졌는데도 윤 대통령의 ‘검찰 몰입인사’ 기조는 변함이 없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7일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하자 금융권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것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금감원장은 취임사에서 “시장교란 행위에 종전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은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한 이 부장검사는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때부터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지난 4월엔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당론 채택에 반발하며 사표를 냈다. 검찰 반발이 잦아든 뒤 사표가 반려돼 복귀할 거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사표는 수리됐고 결국 금감원장으로 발탁됐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검찰 독식 인사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들을 대거 발탁했지만 ‘이들 모두 그 자리에 갈 만한 유능함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기용한 데 이어 이노공 법무부 차관, 이완규 법제처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검사 출신들을 줄줄이 발탁했다.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박성근 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주진우(법률)·이시원(공직기강)·이원모(인사)비서관도 전직 검사이며 복두규 인사기획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은 검찰 일반직 출신이다. 이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이들이다. 윤 대통령 본인이 함께 일해본 사람의 유능함을 ‘보증’하고 발탁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검찰 몰입 인사에 대통령실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능력과 유능함을 강조하는데 ‘왜 유능한 사람은 검찰에만 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같이 일해본 검찰 출신을 편하게 여기긴 한다”며 “본인이 같이 일해본 사람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업무도 넓게 보면 법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금융 관련 전문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윤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라고 하지만 너무 검사들만 기용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 취임으로 금감원의 검사·감독 기능이 강화되면 불공정 거래 척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금감원이 사정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기관 검사·감독 업무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 육성 등 정책 기능도 같이 갖고 있는데, 이른바 ‘칼바람’이 불면서 조사 업무에만 너무 무게가 쏠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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