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거듭 586 용퇴론을 포함한 쇄신을 주장했지만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요구’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며 내놓았던 세대교체론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대선 때 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영춘 전 장관, 최재성 전 의원 정도밖에 없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가 남발되고 있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서도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경기·인천 시도지사 후보와 선대위원장이 공동으로 반성과 성찰, 당 개혁과 쇄신 방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채택하고 국민 앞에 발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의 586 용퇴론을 포함한 거듭된 쇄신 요구에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민주당이) 지도부 일방, 개인의 독단적 지시에 의해 처리되는 수준의 당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공개 회의에서 박 위원장을 쳐다보며 “우리가 흔히 ‘팬덤’이라고 하는 내용 중에는 일부 팬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것은 극복해야 하나,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이라는 내용 또한 있어왔음을 우리가 놓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뒤 회의장 안에선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윤호중 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박지현 위원장을 향해 “개인 자격으로 여기에 온 게 아니지 않냐. 앞으로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하라”고 하자 박 위원장은 “그럼 저를 왜 여기다 앉혀놨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끝난 뒤 윤호중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몇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건 당의 논의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민주당이라면 다양한 의견은 분명히 낼 수 있다. 지도부의 협의된 내용 분명히 중요하지만 무엇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윤호중 위원장도 숙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