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추가경정예산안 신속 처리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앞에 국회 접견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는 이날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사전 환담회에서 새 정부의 첫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약 23분가량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여야 3당의 대표·원내대표 등과 환담회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을 향해 한덕수 후보자 인사 문제에 협조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협치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이분(한덕수)이 총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갑자기 한 게 아니다. (총리 인준에) 꼭 협조를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특별히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비공개 환담회에선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뒤 열린 만찬회에서 찍힌 김건희 여사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의 대화 장면 사진이 화제에 오르는 등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위원장이) 왜 웃었냐고 제 부인에게 물었더니, (김 여사가) 윤 위원장에게 ‘파평 윤씨 종친이기도 한데 잘 도와달라’고 했다”더라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비대위원장도 이에 “김 여사가 ‘시댁이 파평 윤씨이고 시아버님이 ‘중’(重)자 항렬로 위원장님과 항렬이 같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부친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이 같은 대화 내용에 배석자들은 다같이 웃음을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치’와 ‘인사 문제’를 두고 여야가 뼈 있는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가 “3당 대표 회동을 격의 없이 하자는 윤 대통령 측 제안이 있었음에도 그 회동이 여러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다”며 “협치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대해,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인사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호명하진 않았지만, 정호영(보건복지부)·한동훈(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민주당이 ‘부적격’으로 꼽고 있는 인사들을 지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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