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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공정과 상식’ 내건 윤석열 정부, ‘정호영 심판대’에 올랐다

등록 2022-05-04 16:21수정 2022-05-05 02:14

각종 의혹 ‘침묵·버티기’ 일관
국민의힘서도 사퇴요구 비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일 강원 춘천역을 방문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일 강원 춘천역을 방문했다. 공동취재사진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다.”

지난 3월10일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인사가 취임하기도 전에 퇴색하고 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사퇴했지만, ‘아빠 찬스’를 포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자의 침묵 속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 대대적으로 수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과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윤석열의 공정’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 시절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것 등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으며,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난 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이미 정 후보자 사퇴론이 비등점에 다가서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정호영이란 이름만 나와도 ‘사퇴’라는 반응을 내놓을 정도다. 한 당 지도부 의원은 4일 <한겨레>에 “다들 말은 조심하지만, 얘기해보면 전부 다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며 “평소 윤 당선자가 강조해온 철학과도 어긋나지 않느냐. 인수위에서도 이런 당 분위기를 당연히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개 석상에서도 사퇴 요구가 분출됐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저희는 조국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 그게 정권교체를 해준 국민에 대한 국민의힘의 도리다”라며 “정 후보자는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금 정 후보자를 보호하고 장관 시켜주려고 정권교체 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국 전 장관과 ‘40년 지기’ 정 후보자에 대한 기준이 다르면 윤 당선자를 당선시킨 공정과 상식이 취임도 전에 허물어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 건의 본질은 이해충돌, 이해상충 문제다. 아빠 친구가 아빠의 자식들을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채로 면접을 봤다는 건데 이게 이해충돌이다”라며 “(윤 당선자는) 이런 불공정한 제도를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 후보자 문제를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출구 전략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인수위 쪽은 표면적으로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에 대해) 커뮤니티 같은 데는 나쁘지 않더라. 해명을 많이 하고 클리어해진(해명된) 부분이 많다”며 “청문회를 자세히 보면 의혹이 밝혀진 게 있냐”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비관론이 읽힌다. 인수위 관계자는 “어제 청문회까지 파행되면서 분위기는 더 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해명도 제대로 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자에게 여론이나 언론보도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할 예정”이라며 “결국 윤 당선자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남았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당선자는 ‘공정과 상식’ 프레임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본인이 그간 강조해온 건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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