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이번엔 ‘엉터리’ 자료제출로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비협조도 모자라 ‘꼼수 자료제출’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료제출에 협조하지 않던 김 후보자가 지난 2일 자료 전부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도덕성 검증에 필수적인 내용은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제출한 ‘숭실대학교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 내역(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한 달 치 전체 결제금액만 기재해 개별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다. 김 후보자는 그간 숭실대 교수로 일하며 맡은 보직과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까지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해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주요 이력 관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공적 용도로 써야 하는 업무추진비를 개인 일에 쓰는 등 꼼수 사용이 잦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검증을 거쳐 ‘법인카드 부당 사용’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포착되기도 했다. 김인철 후보자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사용 일자는 물론 사용처와 금액, 구체적 집행 내역, 각 결제 건에 대한 영수증 사본 등이 담겨 있었다.
김인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실제 제출자료. 권인숙 의원실 제공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 실제 제출자료. 권인숙 의원실 제공
김 후보자가 제출한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사용처와 개별 결제금액이 없다. 사용 시기는 1개월 단위로 기재했다. 사용 내역도 ‘수업용 비품 구입 등’과 같이 적어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사용내역을 보면, ‘수업용 비품, 학생회 새해맞이 행사지원 등’이라고 명시돼 있다. 150만원 상당의 비용을 썼지만 몇 명 규모의, 어떤 행사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외에도 ‘진로지도 상담 지원 등’ ‘학과 교수회의 등’ ‘행사 지원 등’으로 사용 내역을 뭉뚱그리면서 적게는 십수만원, 많게는 수백만원 결제했다.
권 의원은 “일자도, 증빙서류도 없는 총 4천여만원에 이르는 김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식의 자료제출은 고의적인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후보자의 국민 우롱,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 여가위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날짜를 잡으려 했으나, 김 후보자의 자료제출 비협조로 일정 채택이 중단된 바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