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월29일 오후 충북 음성군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충북혁신도시 현안보고 및 국립소방병원 건립 관련 브리핑을 받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김성한(62)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지명하는 등 첫 대통령실 조직과 인선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3실 8수석 체제에서 민정수석을 폐지하는 등 2실 5수석으로 줄이며 ‘대통령실 슬림화’라는 기조를 분명히 했지만, 수석비서관제 폐지 등 기존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을 뼈대로 하는 대통령실 인선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할 국가안보실장에는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교수가 내정됐다. 안보실장 산하 1차장에는 김태효(55)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차장에는 신인호(59) 카이스트 을지국방연구소 소장이 내정됐다. 윤 당선자의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김성한 내정자는 윤 당선자의 한-미 동맹 강화,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 선제타격 능력 강화 등 외교안보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린 김태효 내정자는 2012년 7월 대외전략기획관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에 대통령실에 ‘컴백’했다. 두 사람 모두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관을 주창해온 인물로, 한-미 동맹 강화와 대북 강경론 기조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윤 당선자가 피력해온 ‘원칙 있는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호처장에는 김용현(63)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당선자 직속 ‘청와대이전티에프’ 부팀장)이 내정됐다.
경제수석비서관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최상목(59)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사회수석비서관에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안상훈(53)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을 내정했다. 정무수석에는 3선 출신의 이진복(65) 전 의원을 지명했다.
확대 재편을 예고한 시민사회수석에는 강승규(59) 전 의원을 기용했다. 장 실장은 “180석의 야당이 입법 전횡이나 헌법 일탈 이런 법안을 만들 때 국민들께 설득할 의무와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시민사회수석을 강화해서 국민 직접 소통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수석에는 <에스비에스>(SBS) 보도본부장 출신인 최영범(62) 효성그룹 커뮤니케이션실장, 대변인에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강인선(58) 인수위 외신 대변인을 지명했다.
이날 발표는 기존 ‘3실 8수석’ 체제에서 민정·일자리·인사수석을 폐지함으로써 윤 당선자가 대선 때 공약한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에 맞춘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수석은 인사비서관으로 대체되고, 민정수석은 법률비서관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라 공직자 검증 업무는 경찰·법무부 등 다양한 채널에서 담당하게 되고, 대통령실 내부 기강 문제는 공직기강비서관이 담당하며, 법률비서관은 대통령 법률자문 역할을 맡는다는 게 장 실장의 설명이다.
국가안보실은 ‘6비서관 1센터장’ 체제로 운영된다. 1차장 산하에는 안보전략·외교·통일비서관에다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한 점이 눈에 띈다. 2차장 산하에는 국방·사이버안보비서관과 위기관리센터장이 배치된다. 또한 대통령 직속으로 경제안보티에프(TF), 국방혁신4.0민관합동위원회,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등 3개 민관합동위원회도 신설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경제와 안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제안보시대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방 관련 인사가 맡던 국가안보실 1차장에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태효 교수를 내정한 것도 외교안보와 경제를 융합한 전략을 추구하려는 윤 당선자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향후 수석비서관 이하 인선에서도 ‘청와대 슬림화’ 원칙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인원 30% 감축’, ‘수석비서관제 폐지’ 등 윤 당선자 공약은 모두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실장은 ‘청와대 인원 30% 감축 공약’에 대해 “대통령실 인원이 정원이 있는 게 아니다. 30%(감축이라고 하기)보다는 조금 더 슬림하게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비서관 체제를 유지한 데 대해 장 실장은 “국민들이 통칭할 수 있는 그런 단어(수석비서관)를 굳이 바꾸는 거는 너무 ‘바꾸기 위해 바꾸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수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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