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의 국무총리 카드로 꺼냈을 때만 해도 국회 인준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관료 출신의 무난한 후보자였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로펌 등에서 수십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과 고위 관료 시절 외국계 기업에 주택을 임대한 사실 등이 잇따라 드러났다. 급기야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예정일(25~26일) 하루 전인 24일, 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청문회 연기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한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 중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고액 연봉 논란이다. 그는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뒤인 2017~2022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지내면서 총 19억7748만원을 받았다. 또 주미대사에 물러난 뒤인 2012년 2월~2016년 2월까지 한국무역협회장 재직 기간엔 19억5320만원을 받았다.
특히 20억원에 가까운 김앤장 고문료는 한 후보자에게 드리워진 론스타 의혹과도 연결된다. 한 후보자와 김앤장의 인연은 2017년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고 물러난 지 4개월 뒤인 2002년 11월~2003년 7월에도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다. 이 시기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진행하던 시기였으며 ,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 바로 김앤장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한 후보자가 론스타가 산업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통상 분야에서 일했던 고위 ‘전관’으로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김앤장 재직 시 개별 기업의 특정 현안과 관련한 업무를 하지 않았다”며 “보수 책정은 김앤장에서 제가 가진 국제통상·경제·산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의 주택 임대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장인에게서 사들인 서울 종로구의 단독주택을 매집 직후인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당시 세계 최대 통신업체였던 에이티앤티(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손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오일 코리아에 임대했다.
이 기간은 한 후보자가 청와대 통산 산업비서관·상공부 기획관리실장·통상산업부 차관·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지낸 시기와 겹친다. 당시 통상분야 고위직이었던 한 후보자가 미국계 대기업으로부터 해마다 6천만원가량 이익을 거둔 만큼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한 후보자는 해당 업체와 관련된 업무를 맡지 않았으며 부동산을 통한 정상계약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2012년 미술 작가인 한 후보자의 배우자 작품을 효성그룹과 부영주택이 사들인 것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한 후보자 쪽은 이에 대해 “배우자의 작품 판매는 공직 퇴임 이후 시기인 2012년 이후에만 이뤄졌다”며 대가성은 물론 물론 이해충돌도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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