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조절’ 주문에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당 일각에선 입법 강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이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을 위한 입법’을 주문한 것이 입법의 속도를 조절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기능이 정상화되면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며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하면)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권력기관 간의 상호 견제와 협력이 가능하게 된다.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며, 꼼꼼한 법안 심사와 조속한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의 권익을)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신 것”이라며 “시기 조정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못박았다.
박 원내대표와 윤 비대위원장은 여전히 강경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속도조절’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으로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된 법안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처리하는 게 얼마나 부담스럽겠느냐”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개혁의 시기와 방법론에 있어서 민주당과는 다른 의견이라고 읽힌다”고 말했다. 지도부를 맡고 있는 한 의원도 “(문 대통령이) 이렇게 추진할 사안은 아니라는 인식을 깔고 계신 것 아닌가”라며 “비대위 안에서도 입법 강행에 우려하는 의견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간 검찰개혁의 속도조절을 주장해왔던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도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과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실제 1차 검찰개혁 후 국민들의 불편함과 억울함이 늘었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보다 완결성 높은 검찰개혁 법안으로 반드시 다듬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청와대는 전날 문 대통령과 김 총장 면담 뒤 민주당과 검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에는 자체 반성과 개혁을, 민주당에는 입법 속도조절을 주문한 만큼 양쪽이 이를 수용해 충분한 논의에 나서길 바라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화방송> 인터뷰에서 “속도조절론은 (법안을 추진하는) 물리적인 속도도 있을 테고 제출된 법안의 내용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법안의 내용에 대해 어떤 뜻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어제의 면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양쪽에 노력을 해보라는 이야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입법은 국회의 영역인 만큼 법안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날 메시지에서 더 나아가는 개입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을 간명하게 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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