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며 자녀의 편입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의대 편입, 병역 특혜 의혹과 관련해, 18일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정면돌파를 선택하자 정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적극적인 불법행위를 하진 않았더라도, 자녀의 편입 과정과 정 후보자의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정 후보자는 이해충돌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품격과 도덕성이 필수인 고위 공직자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공정을 바랐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훼손되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호영 장관 후보자께서는 거취에 대해 직접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적인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생인 김 최고위원은 청년 몫의 최고위원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정 후보자 논란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본인은 굉장히 억울할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 해주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어 “자녀들이 의대에 편입하는 데 있어서 정 후보자의 사회적 자산이 작용했을 수가 있고 그 부분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불공정한 것”이라며 “해법은 본인이 자진 사퇴하고 대신에 철저하게 수사 요청을 해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것이 명예회복을 하는 길”이라고 했다.
당 내에선 윤 당선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된 청문회 자리를 통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임자인지 판단해주시면 좋겠다”며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당선자 입장부터 바라는 것도 조금 조급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명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국민의힘 안에선 정 후보자 문제가 장기화될수록 국정운영 동력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6·1 지방선거에서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의원들끼리도 정 후보자는 임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큰 게 현실”이라며 “윤 당선자가 지명을 철회하긴 쉽지 않을 듯하고, 후보자가 자진해서 결단해야 한다는 공개 압박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자에게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총공세를 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당선자의 40년 지기라는 정 후보자는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의혹의 화수분’”이라며 정 후보자를 비롯한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모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도 “조 전 장관 때 같았으면 지금쯤 열 곳은 압수수색을 했을 것”이라며 “정 후보자의 사퇴는 당연하다. 물론 사퇴하더라도 수사는 받아야 공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회 티에프(TF) 소속 고민정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때 했던 것처럼 직접 수사를 지시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대표단회의에서 “‘신 내로남불’ 내각의 탄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거 본인들의 잣대와 기준선에도 못 미치는 후보들”이라며 “상식 밖, 무능력, 자질 부족 후보들은 지명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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