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월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 결과 승복 기자회견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이후 당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격전지인 서울과 경기 지역 후보에 ‘이심’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 견제세력으로서 이 상임고문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지만, 대선 패배의 후유증 속에 당내 계파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상임고문의 당내 영향력은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을 기점으로 가시화됐다. 20대 대선 경선 때 이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신측근’이 된 박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내 권력 축이 친문재인계에서 이 상임고문 쪽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뒤이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 상임고문이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렸다. 두 사람 모두 20대 대선 때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도왔고, 당내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출마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수파였던 이재명계가 다수파로 발돋움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해서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의 영향력 확대는 ‘대선에서 아깝게 졌다’는 당내의 지배적인 인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대선 패배라는 결과보다 이 상임고문이 ‘근소한 차이로 졌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각각 15대 대선과 18대 대선에서 석패한 이회창(1.6%포인트 차), 문재인 후보(3.53%포인트 차)가 5년 뒤 대선에서 강력한 주자로 재등장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보다 미세한 차이로 진 이 상임고문에게도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는 모양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통령제 아래서 권력은 결국 대선 당선 가능성에 좌우되고, 대선 당선 가능성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대선주자가 누구냐의 문제”라며 “차기 권력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이 상임고문이 민주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차기 대선주자 인재난을 겪으면서 이 상임고문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도 크다. 차기 대선주자군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차례로 낙마한데다 지난 대선 경선에 참여한 대선주자들도 존재감이 크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이 상임고문 쪽으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강한 반감 역시 이 상임고문의 몸값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진영 사이의 네거티브가 워낙 강한 선거였던 만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한 견제를 해달라는 염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급속하게 ‘이재명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당이 패권 경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벌써부터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당내 반발 목소리가 집단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계파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패배 장본인인 이 상임고문 쪽에서 세력 확장을 하려는 것이 너무 눈에 보이니까 오히려 당내 불협화음만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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